10여년 째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미술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끈 전시회가 있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대표 노승진·69)이 꾸준히 마련해온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이다.
그 이름 처럼 전시장에 내걸린 작품들은 대부분 4호 안팎의 소품 중심이다. 작품 가격도 200만원 내외다. 하지만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 10여명은 모두들 자신 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미술시장 안팎에서 주목 받는 이들이었다.
꽤나 이름난 작가들이지만 전시회를 기획한 노승진 대표와의 긴 인연, 그 사이 쌓아온 신뢰 관계를 생각해 기꺼이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술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열망은 크지만 ‘지갑이 얇은’ 컬렉터들을 위한 화랑과 작가의 ‘서비스 정신’도 있었다. ‘큰 마음’을 내놓은 것이다.
미술애호가들로서는 비록 작품 크기는 작지만 평소 좋아하던 작가, 관심을 가지던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알음알음 화제를 모았고, 미술계 내에 다양한 ‘작은 그림 전’으로 진화되기도 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노화랑의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이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김덕기 김상원 김태호 박성민 박형진 서승원 윤병락 이석주 장이규 전광영 한만영 등 원로부터 소장 작가까지 이름난 작가 11명이 각 10점씩 모두 110점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소품 중심이고, 작품대는 200만~400만원이다.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그동안 알려진 뜨거운 호평과 관심을 입증이라도 하듯, 12일 개막 당일에 이미 출품작의 80%가 소장자를 찾았다. ‘작은 그림’들을 통해 ‘큰 마음’들이 교감한 것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미술애호가들의 상당수는 작품 마다에 붙은 ‘빨간 딱지’들을 보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사실 미술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한 것은 이번 전시가 14회째이자 마지막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이라는 데에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노 대표는 “아쉽긴 하죠. 하지만 새로운 시대엔 또 다른 신선하고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미술애호가들로 부터 큰 사랑을 받은 기획전이었죠. 미술시장에서도 매우 의미를 지닌 행사라는 평가도 받았고. 10년을 넘게 진행했으니 이젠 더 흥미로우면서 참신하고 의미도 큰 그런 기획을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또 그동안 함께 해온 작가들도 크게 성장했는 데 소품을 의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같고….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허허.”
노 대표는 “진정으로 미술문화를 사랑하는 미술애호가들을 위해 좋은 작품으로 또다른 기획전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은 원래 1999년 5월에 ‘9인의 미니아트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두 차례 연 뒤, 2006년 3월 지금의 전시명으로 개명하고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까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