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 자루스키 “이 미친 세상에서 ‘마태수난곡’으로 3시간의 단절 경험하길”

백승찬 선임기자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공연

“바흐의 완전함 앞에서 나의 불완전함 느껴”

연습중인 필리프 자루스키. ⓒValentin Behringer·롯데문화재단 제공

연습중인 필리프 자루스키. ⓒValentin Behringer·롯데문화재단 제공

프랑스 출신의 세계 최정상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46)가 한국에 온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에서 노래하기 위해서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종교음악 최고 걸작이자 바로크의 위대한 유산으로 꼽힌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린 이 곡은 바흐 서거 이후 잊혔다가 초연 후 100년이 지난 1829년 20세 청년 멘델스존이 발굴해 무대에 올려 널리 퍼졌다. 다만 전곡 연주에 3시간 가까이 걸리고, 고악기를 다루는 연주자가 많지 않아 실연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자루스키는 고음과 중음이 모두 자연스럽고 감정 표현력도 좋은 가수다. 17세기 이탈리아 음악부터 재즈까지 레퍼토리도 넓다. 2014년과 지난해 내한해 한국 관객을 만난 적이 있다. 자루스키는 e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콘서트에서 영성과 아름다운 음악을 느끼는 것은 관객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3시간 동안 앉아 침묵을 지키며 미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객이 기대하는 곡은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다. 바이올린과 인간의 목소리가 대화하듯 서로를 어우르며 인간의 고통을 신에게 토로한다. 자루스키는 “이 아리아를 위해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바이올린 솔로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후회의 강렬한 표현과 극적인 측면을 기악적 접근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루스키는 “바흐는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룬다”며 “모든 감정을 전달하되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조금 더 단순하고 깨어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의 음악적 완전함 앞에서 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강하게 느낀다”고도 했다.

카운터테너는 남성으로서 여성같이 높은 음역을 낸다. 고음에서 가성(팔세토·falsetto)을 내느냐는 질문에 자루스키는 “‘가성’이란 단어에 ‘거짓(false)’이 들어가서 좋아하지 않는다. 난 여전히 여성 소프라노처럼 머리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말했다. 한때 카운터테너를 테너, 베이스 등 여느 남성 파트와 다른 ‘특이한 것’으로 여기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는 매우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전문 카운터가 많아졌다”고도 했다. 자루스키는 “중요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목소리로 무엇을 표현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자루스키는 10세 때 바이올린으로 음악에 입문했지만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노래를 하면서는 “처음부터 더 큰 자유와 기쁨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를 “가수라기보다는 뮤지션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휘도 한다. 어린이를 위한 무료 피아노·첼로·바이올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젊은 재능을 돕기 위한 마스터클래스, 콘서트와 라디오 방송 기회 제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넘어 엘라 피츠제럴드, 세라 본, 니나 시몬 같은 재즈 가수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자루스키는 다가오는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우리 같은 예술가들에게 복잡한 문제는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여행을 너무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로 죄책감을 느낀다. 나만 그렇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 공연은 4월3일 롯데콘서트홀, 5일 통영국제음악당,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다.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 ⓒSimon Fowler·롯데문화재단 제공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 ⓒSimon Fowler·롯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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