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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수행의 길 걷고 있는 ‘모녀’···현공스님과 선명스님을 만나다

김천|홍진수 기자
지난 28일 경북 김천 대적광사에서 만난 현공 스님(왼쪽)과 선명 스님은 “사람들은 엄청난 사연이 있을 것처럼 기대하지만 엄마와 자식이 지향하는 부분, 그러니까 공부하는 것이 같아 자연스럽게 이리 되었다”고 말했다.  김천/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지난 28일 경북 김천 대적광사에서 만난 현공 스님(왼쪽)과 선명 스님은 “사람들은 엄청난 사연이 있을 것처럼 기대하지만 엄마와 자식이 지향하는 부분, 그러니까 공부하는 것이 같아 자연스럽게 이리 되었다”고 말했다. 김천/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최근 출간된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21세기북스)는 딸이 엄마를 생각하며 쓴 에세이집이다. 책에 나오는 모녀는 여느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이제 30대 후반이 된 딸은 환갑을 넘긴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엄마는 이런 딸을 때로는 다독이면서, 때로는 엄하게 야단치면서 이것저것 가르친다. 모녀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엄마와 딸이면서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도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걷고 있는 길을 알고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책의 1부 제목은 ‘어느날 엄마는 스님이 되었습니다’이다.

책을 쓴 선명 스님(37)은 주말마다 현공 스님(61)이 주지로 있는 경북 김천 대적광사에서 지낸다. 주말을 보낸 뒤에는 선명 스님이 울산에 있는 포교원으로 다시 나간다.

예전에 비해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스님들은 여전히 속세와의 연을 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 ‘모녀 스님’은 스스럼없이 이를 드러내고 함께 지낸다. 기존의 대형 종단에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모녀 스님이 속한 종단에는 스님이 총 5명 뿐이다.

현공 스님(오른쪽)과 선명 스님은 때론 스승과 제자처럼, 때론 엄마와 딸처럼 대화를 나눈다. 김천/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현공 스님(오른쪽)과 선명 스님은 때론 스승과 제자처럼, 때론 엄마와 딸처럼 대화를 나눈다. 김천/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지난 28일 대적광사에서 현공 스님과 선명 스님을 만났다. 현공 스님은 “사람들은 엄청난 사연이 있을 것처럼 기대하지만 엄마와 자식이 지향하는 부분, 그러니까 공부하는 것이 같아 자연스럽게 이리 되었다”며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신도가 새로 오시면 먼저 말씀을 드리고, 그분들도 별로 놀라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공 스님과 선명 스님은 비슷한 시기에 출가를 결정했다. 2001년 현공 스님이 스승인 도안 스님을 만나 뜻을 정했고, 몇달 뒤 미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한 선명 스님도 어머니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현공 스님은 “이혼과 사기로 인생이 괴로워 전국에 안가본 사찰이 없었다. 그러나 그 어디서도 답을 찾지 못해 ‘부처님은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됐다”며 “다행히 어느 분이 스승님과 인연을 맺게 해주셨고, 그분이 일러준대로 수행을 한 뒤에 평안을 찾아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선명 스님은 “어릴 때부터 엄마따라 절에 다니고, 또 대전 성모여고를 다니며 수녀님들을 자주 봐서 막연하게 종교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주지 스님(현공)이 이제 정말 스승님을 만났다고 해서 함께 뵀는데, 바로 내게 스님이 되라고 하셔서, 망설임 없이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현공 스님은 3년동안 행자 생활을 한 뒤 2004년 출가했다. 선명 스님은 중국에서 침구학 등을 공부하고 돌아온 2008년 머리를 깎았다. 같이 수행을 하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했다. 현공 스님은 “딸이라 더 잘 가르쳐놔야 한다는 생각에 더 엄하게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선명 스님은 “주지 스님이 어떤 말을 해도 (엄마니까) 섭섭하지는 않다”면서도 “힘이 되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명 스님이 쓴 에세이집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21세기북스 제공

선명 스님이 쓴 에세이집 <다음 생엔 엄마의 엄마로 태어날게> 21세기북스 제공

선명 스님은 요즘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유명 시인을 찾아간 적도 있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 강사에게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인연이 쌓여 이번에 에세이집까지 냈다. 현공 스님은 “스님이라 아무런 내색을 할 수 없기에 (딸이)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토해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명 스님은 “편지를 많이 쓰고 소책자나 교리집을 만들어 본적은 있지만 제 이야기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책을 통해 스님인 나도 이렇게 산다. 수행자인 나보다 여러분이 더 훌륭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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