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것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다른 문화권에 전달하는 일이다. 단어 하나에 무수한 뉘앙스와 문화의 정수가 포함된 문학번역이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 제16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이 5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한국문학을 외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해낸 공로로 수상한 이들은 번역의 어려움을 각기 다르게 털어놨다.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터키어로 번역한 괵셀 튀르쾨쥬는 “터키 사람들이 모르는 김치, 소주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치와 소주는 한국인들에게는 읽는 즉시 고유의 심상을 전달하지만, 터키어 독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는 해당 문화권의 영향력과도 관련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스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이기에 번역자의 노고도 그만큼 줄어든다. 실제 해외 서점에 가면 일본, 중국문학에 비해 한국문학 서적은 눈에 띄게 적다. 튀르쾨쥬는 “10년쯤전부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터키 독자들의 관심도 증대하고 있다”며 “한국문학이 꾸준히 소개되면 터키 독자들도 한국의 고유한 표현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미씨와 에르베 페조디에는 김훈 작가의 <현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현의 노래>는 프랑스의 권위있는 출판사인 갈리마르 ‘세계문학총서’의 일환으로 출판됐다. 김훈의 작품은 2006년 <칼의 노래>가 이 총서로 처음 출간된데 이어, 10년만에 두번째로 번역됐다. 갈리마르 세계문학총서에 포함된 한국문학은 김훈의 두 작품뿐이다. 이들은 <현의 노래> 속 고악기와 무기들의 명칭을 프랑스어로 옮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같은 창이라도 기병이 쓰는 것과 보병이 쓰는 것이 다른데, 그에 대응하는 프랑스어 무기명을 알 수가 없었다. 전전긍긍하던 한유미씨는 중국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비디오게임을 보다가, 거기 묘사된 무기가 <현의 노래> 속 무기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번역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승주연씨와 알렉산드라 구델레바는 김영하 작가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수상했다. 이들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의 제목을 의역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구델레바는 “‘침이 고인다’란 제목을 러시아어로 직역했을 때 그다지 아름다운 느낌이 아니었다”며 “작가와 상의해 제목을 <고독의 인삿말>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어권 번역신인상을 수상한 이소영씨는 통역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통역이 피를 마르게 한다면, 번역은 머리를 쥐어뜯게 한다”고 말했다. 일본어권 신인상을 받은 다케우치 마리코는 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전업주부다. 10여년전 김용택의 시집을 읽으며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는 “한국문학은 뜨겁고 일본문학은 잔잔하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