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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트우드가 인터뷰한 조지 오웰의 망령

허진무 기자
민음사

민음사

숲속의 늙은 아이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444쪽 | 1만8000원

캐나다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영국 남성 작가 조지 오웰과 인터뷰한다. 에릭 아서 블레어가 오웰의 본명이다. 한국에선 <1984> <동물농장> 등으로 유명하다. 오웰은 애트우드가 10세 때 이미 죽었다. 애트우드는 영매를 통해 오웰의 영혼을 불러낸다. 애트우드는 오웰의 젠더 감수성을 정면으로 힐난하기도 하고, 오웰의 용기에 대한 깊은 존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이 ‘망자 인터뷰’는 가상의 소설이다. 오웰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애트우드의 세밀한 분석이 담겼다.

애트우드의 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에는 단편소설 15편이 담겼다. 애트우드는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영문학 최고 권위의 ‘부커상’을 2차례 받았다. 드라마로 제작된 페미니즘 SF소설 <시녀 이야기>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이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에는 애트우드의 다른 소설집 <도덕적 혼란>의 주인공 ‘넬’과 그의 반려인 ‘티그’가 등장한다. 애트우드는 1968년 작가 짐 포크와 결혼했다가 5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에는 작가 그레임 깁슨과 동거하며 결혼은 하지 않고 딸 엘레노어를 낳았다. 애트우드와 깁슨의 관계가 넬과 티그라는 캐릭터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집의 1부와 3부에 실린 단편들에는 넬과 티그가 등장한다. 애트우드의 실제 삶이 반영된 자전적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늙은 넬과 티그가 응급처치를 배우는 이야기(‘응급처치’), 넬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두 친구의 인생을 들려주는 이야기(‘그을린 두 남자’), 넬과 티그가 기르던 고양이를 애도하는 이야기(‘모르트 드 스머지’) 등이 있다. 깁슨이 사망한 2019년 이후 애트우드가 발표한 작품들(‘과부들’ ‘나무 상자’ ‘숲속의 늙은 아이들’)에선 깁슨을 향한 짙은 그리움을 읽을 수 있다.

2부에는 ‘망자 인터뷰’를 비롯해 넬과 티그가 등장하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이 담겼다. 어머니가 마녀라고 의심하는 소녀와 어머니의 묘한 신경전(‘나의 사악한 어머니’),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나 들려주는 페미니즘적 우화(‘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노년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수다(‘비행-심포지엄’) 등이다. 지적이면서도 가벼워 경쾌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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