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뿐
웬델 베리 지음·배미영 옮김 |이후 | 128쪽 | 1만4000원
“나는 사람들의 삶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분석적인 과학이 필요하다는 모든 주장에 반대한다.” 이 짧은 문장이 저자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책의 서론 격인 첫번째 장 ‘간추린 생각들’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저자는 “(우리가 지닌) 엄청난 양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이성은 제한돼 있고 허약하다”면서 ‘전체’를 낱낱이 쪼개 입자화하는 과학주의에 반기를 든다.
올해 83세인 저자 웬델 베리는 흔히 ‘농부 철학자’로 불린다. 미국 켄터키주의 앙리 카운티에서 태어난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마흔네 살에 켄터키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그때부터 농부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농사보다는 저술 쪽에 더 집중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40종이 넘는 저서를 발간했고, 그중에 국내에서 번역된 책은 10종에 가깝다.
그는 “과학이 산업혁명과 공모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산업혁명은 시작부터 오직 두 가지 목적만 수행했다”고 비판한다.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제품을 최고가로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과학산업주의”라고 부르면서 이로 인해 “특수화, 전문성, 경쟁이 우리의 현재적 삶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책의 원제인 ‘Our only World’는 저자가 지난 40여년간 강조해온 ‘인간과 자연의 온전한 하나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어인 셈이다. 2010년부터 약 4년간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에세이 10편을 모았다. 토지, 숲, 에너지, 동성애, 테러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인간이 저질러온 허위와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더는 창조적 파괴니, 미래의 더 나은 선을 위한 현재의 희생이라느니, 같은 말장난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나치게 관대한 산업 기준에 반박해야 하고, 그 기준을 생태적 건강의 포괄적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