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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못 넣은 유작…정미경 ‘가수는 입을 다무네’

고희진 기자

암 투병 중 폐렴으로 지난 1월 별세…문예지 연재 작품 묶어 장편 출간

‘작가의 말’ 못 넣은 유작…정미경 ‘가수는 입을 다무네’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작가 정미경(사진)의 유작 장편소설 <가수는 입을 다무네>가 출간됐다. 현재는 폐간된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에 2014년 1년간 연재됐던 작품은 작가의 사후에야 단행본으로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책에는 작가의 말이 없으며, 글도 추가 수정 작업 없이 연재 상태 그대로 편집됐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록 밴드의 보컬 율과 우연히 그의 현재를 다큐멘터리로 담게 된 대학생 최이경의 이야기가 소설의 뼈대다. 지나간 영광을 추억하며 재기를 원하는 율은 자존심과 오만함으로 뭉친 존재다. 평생의 동반자이자 후원자인 아내 여혜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젊은 뮤지션 호영이 곁에 있음에도 율은 둘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위악적으로 행동할 뿐이다. 그의 현재는 지독한 외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자기애 속에 멈춰 있고 이경은 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나 ‘진짜 삶은 잘려 나간 부분, 아웃테이크 속에 있다’는 소설 속 문장처럼, 시간이 지나며 다루기 힘든 피사체로만 생각했던 율의 삶에서 이경은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 속에서 몸부림치는 한 음악가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예술가소설로 보인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소설 속 주인공인 가수 율을 작가 정미경으로 치환시키면 예술가들이 지닌 영광과 상처를 날것 그대로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며 “나중에 고치고 싶었겠으나 더 이상 고쳐질 수 없는 그녀의 마지막 장편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삶 혹은 문학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예술가소설로 읽힌다”고 평했다.

‘작가의 말’ 못 넣은 유작…정미경 ‘가수는 입을 다무네’

그러나 소설 속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카메라 안에 미처 다 담지 못하는 율과 이경이라는 인간이 겪는 삶에 할애되고 있다. 그렇기에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정미경은 마지막 장편을 통해 예술이 아니라 삶을 향해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미경은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이,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표적인 국내 중견 여성작가로 꼽혔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그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급성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지난 1월 5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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