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52시간 앞두고 PC오프제 '시동'..."조사·연구 업무에의 적용 쉽진 않을 듯"

한국은행도 시중은행에 이어 PC오프제 도입에 착수했다. 내년 7월 주52시간 적용을 앞두고 인프라 정비에 나섰다.

국내 경제 관련 최고 싱크탱크로서의 주요 업무인 조사·연구에 획일적인 시간제 적용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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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PC오프제 도입 관련 2억원 규모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선정 업체는 한은 내부망 및 외부망 각 3000대 PC 윈도우에 개인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게 된다. 한은이 보유한 통합서버에 가상서버를 신규 할당, 이중화 구성 방식을 취한다. 현재 한은 근로환경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경영관리시스템과 연동시킨다.

PC오프제를 적용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업무용 PC를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시간이 지나면 사내 모든 PC 전원이 자동 차단된다.

이달 내로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29일까지 사업을 완료한다. 금융업은 주52시간 예외 업종으로, 내년 7월부터 주52시간 제도가 본격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도 PC오프제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영업점에서 본사 차원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2013년부터 제도를 도입한 우리은행을 필두로 신한, KB국민, KEB하나, 기업은행 등도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연내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중 기업은행 차단 시간이 오후 6시로 가장 빠르다.

한은은 아직 PC오프제 시행 시기와 전원 차단 시간을 확정하지 못했다. 노사 합의를 거쳐야한다는 게 한은 측 입장이다. 개인 근로시간 관리를 위한 출·퇴근 관리 시스템 구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한은도 관련 인프라를 도입하고 있지만, 조사·연구 업무가 많은 기관 특성상 내부 고민이 존재한다. 주52시간 시행 시 인력 부족으로 연구 수행 기간이 한 없이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은 주52시간을 이유로 당초 3월로 예정된 국민계정 공표 시기를 6월로 늦췄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내년부터 주 52시간 시행으로 기초데이터 수집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인천 연수원 활용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근로기준법상 연수 및 출장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지 여부는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 결과, 연수·출장도 포함될 경우 연수 기회가 이전보단 축소된다. 이로써 공실이 늘어날 연수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조사·연구 업무는 다른 업무와 달리 주어진 시간만큼 적정 몫을 끝내기가 쉽지 않다”며 “또, 출장과 연수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면 행원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