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학내 분쟁' 몸살

대학이 시간 강사 감원,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방학 기간 학내 분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아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최근 대학의 시간 강사 감원 방침에 따라 강사와 마찰을 빚는 대학이 늘었다. 학과 통폐합에 따른 학생 반발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이달 18일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시간 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아 개정된 고등교육법 때문이다.

'시간 강사법'으로 불리는 법에 따라 대학은 시간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해야 한다.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새해 8월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대학은 벌써부터 시간 강사 감원 계획을 수립했다. 1년 단위로 행정·재정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1200명 시간 강사를 500명으로 축소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고려대·연세대·단국대 등 대부분 사립대학은 감원 계획을 갖고 있다. 전임교원 수업 시수를 늘리고 겸임교수에게 수업을 맡기는 안도 검토한다. 이들 대학은 보통 이듬해 1학기 수업 계획을 짜면서 강사까지 정했으나 내년도는 강사 확정 없이 수업계획만 만들고 있다.

대학이 시간 강사 처우 개선에 따른 재정을 감원으로 충당하려는 것이다. 감원 계획이 확정되면 부산대처럼 파업을 비롯한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간 강사는 “8월부터 법 시행이 되지만, 대학에서는 내년 새학기부터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학교가 기존에 가르쳤던 과목에 강사 이름을 공란으로 하고 계획을 짜고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간 강사 수입은 적지만 '대학 강사'라는 명함으로 외부에서 할 일이 많았는데 그 마저도 끊기게 생겼다”며 “처우를 개선해주겠다고 법을 개정한 것인데 정작 혜택을 보는 강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시간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서정민 박사가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논의됐다. 그동안 4차례 유예를 거쳐 8년 만에 제정됐다. 이해당사자가 협의회를 꾸려 법안을 마련했지만 시행이 임박하자 대학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강사들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대학 구조개혁 여파로 학내 분쟁도 이어졌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취업률이 높은 학과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한 탓에 순수학문은 설 자리를 잃었다. 예술 등 순수학문을 위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원하는 수업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명대는 내년 1학기 커리큘럼을 두고 학과와 학생 간 마찰이 빚어졌다. 지난해 사진영상학과와 디지털콘텐츠학과를 통합한 후유증이다. 대학이 취업률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다보니 사진 수업이 32개에서 12개로 대폭 줄었다. 사진학과로 입학한 학생은 순수 사진을 배울 기회를 잃어 반발했다. 동문회까지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자 대학은 일단 순수사진, 아날로그 프린팅 과목을 다시 개설하기로 했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평가 기준에 맞추고 취업률을 고려하면서 학과를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내 구성원 목소리를 들으면서 구조조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도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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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