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손흥민이 23일 노리치 시티전에서 시즌 22호 골을 넣는 모습. /AP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의 아시아 선수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결정지은 것은 이른바 ‘손흥민 존(Zone·지역)’에서 나온 골이었다. 23일 노리치 시티전에서 넣은 올 시즌 리그 마지막 23호 골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었다. 골키퍼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정도로 골문 오른쪽 깊숙이 꽂혔다. 손흥민은 이 득점 덕분에 무함마드 살라흐(30·리버풀)와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양쪽 모서리 부근에서 양발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궤적의 슈팅을 날릴 수 있는데, 이 구역을 ‘손흥민 존’이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리그 2연패(連覇)를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작년 8월 올 시즌 첫 골을 뽑아낸 곳도 손흥민 존이었다. 당시 그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왼발로 감아차 넣었다.

그래픽=양인성·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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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존은 어렸을 때부터 반복 훈련을 한 결과다.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씨와 함께 페널티박스 주변 구역을 나눈 다음, 강한 패스를 받아 공을 컨트롤하고선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골대 구석으로 정확하게 슈팅하는 연습을 했다. 디딤발을 놓는 위치와 차는 발이 공에 닿는 지점에 따라 슈팅이 어떻게 휘는지 연구하면서 ‘필살기’를 완성했다. 여기에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수비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손흥민은 원래 오른발잡이인데 올 시즌 리그 23골 중 왼발로 넣은 게 12골로 오른발(11골)보다 많다.

올 시즌엔 보여준 공격력은 순도도 높다. 손흥민은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넣었다. 공동 득점왕 살라흐는 23골 중 5골이 페널티킥 득점이다. 손흥민은 또 올 시즌 시도한 슈팅 86개 중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이 49개(57%)로 EPL 득점 1~5위 선수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된 비율도 27%로 5명 중 최고였다.

토트넘 선수들이 23일 노리치 시티와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득점왕을 확정한 손흥민(가운데)에게 물세례를 퍼부으며 축하하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EPL이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수준이 높은 리그로 통하는 만큼 손흥민과 득점 1위를 놓고 다퉜던 경쟁자들도 화려하다. 이집트 출신 살라흐는 현재 아프리카 최고 선수로 꼽힌다. EPL에서 2017-2018, 2018-2019시즌에도 득점왕에 올랐다. 득점 3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18골)는 세계 축구 최고 권위 발롱도르를 5회 수상한 전 세계적인 스타다. 손흥민의 어릴 적 우상이었다. 팀 동료이자 득점 4위 해리 케인(17골)도 EPL 득점왕에 세 차례나 오른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다.

손흥민은 유럽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로서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겼다. 손흥민은 올 시즌 차범근 전 감독이 독일 레버쿠젠 시절(1985-1986시즌) 세웠던 종전 아시아 선수 유럽 5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17골)을 넘어선 데 이어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가 2017-2018시즌 네덜란드 프로축구 AZ알크마르에서 세웠던 종전 아시아 선수 유럽 1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21골) 기록도 깼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유럽 5대 빅리그 아시아 선수 첫 득점왕에 올랐다. 자한바크시도 2017-2018시즌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에 올랐지만,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빅리그로 꼽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