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반도 신경제지도' 그리자"…남북 경제벨트 복원 시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맞아 남북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리자고 제안했다. 경제벨트를 복원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룬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 토대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단 경제협력 전제조건으로 북핵문제 진전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도 제안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 참여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주장한 '남북 간 대화 재개'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쾨르버 재단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남북 관계 구상과 통일 청사진을 담은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평화통일을 위한 문 대통령의 포부와 실행 방안을 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3월 9일 베를린자유대 연설에서 평화 정착과 남북 간 화해를 이루자고 제안한 베를린 선언과 맥을 같이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정책방향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밝혔다.

첫째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라면서 “남북이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자고 약속했던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위적 흡수 통일은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 간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화 △남북한이 함께 번영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민간교류협력 사업 지원 등의 구상을 내놓았다.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겠다는 구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협력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요한 토대”라면서 “북핵문제가 진전되고 적절한 여건이 조성되면 한반도 경제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구현한다. 끊겼던 남북 철도도 다시 잇는다. 문 대통령은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이라면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동북아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안도 꺼냈다. 올해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맞은 데다 명절 추석이다. 민족적 의미가 있는 날에 남북의 대승적 만남이 이뤄지길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 걸음 더 나갈 용의가 있다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성묘 방문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더 많은 이산가족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 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가로 '평화 올림픽'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에서는 적대 행위를 멈출 것도 부탁했다.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올해 7월 27일을 시행일로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대화도 요청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와 시진핑 주석 회담에서 '평화'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지금은 제재 국면이더라도 결국 해법은 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점점 더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 악순환이 한계점에 이른 지금, 대화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한 번으로 되지 않을 것이며 시작이 중요하다”고 북한의 결단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정책'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북한을 향해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선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선택은 무모하다. 국제사회의 응징을 자초했다”면서 “나는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연설 마지막에 “베를린에서 시작된 냉전의 해체를 서울과 평양에서 완성하고 새로운 평화의 비전을 동북아와 세계에 전파할 것”이라면서 “독일과 한국은 평화를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세계의 더 좋은 미래를 향해 굳세게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