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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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 중요해

    

“내가 방법을 조금 바꿔서/ 이제는 저녁 무렵 해변을 따라 너와 함께 달릴 수 없어/ 어떤 꿈결에, 그리고 네 안에서라면 모를까/ 네가 잠시 꿈을 꾸면/ 거기서는 내가 보일 거야.”

미국의 생명윤리학자이자 작가인 ‘제시카 피어스(Jessica Pierce)’가 인용한 ‘로빈슨 제퍼스(Robinson Jeffers)’의 詩 ‘집 지키는 개의 무덤’의 1절이다. 죽어서 유령이 된 개가 인간 친구에게 말한 내용이다. 먼저 떠난 개가 꿈속에서라도 만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제시카 피어스는 저서 <마지막 산책>(정한결 옮김)에서 ’오디‘라는 반려견의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오디’는 죽음에 다가간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이제 자유스러워지고 싶다고 ‘오디’를 수의사에게 데려가고, 동물병원의 친절한 사람들은 ‘오디’에게 주사를 꽂고, 이 모든 과정은 고통 없이 신속하고 평온하게 지나가리라.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는 양심의 피부에 박힌 가시처럼 나를 괴롭히는 부분이 있다. ‘오디’가 이 막연한 종점으로 비척비척 다가갈수록 나는 점점 더 불편하다.>

‘양심의 피부에 박힌 가시’라는 대목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작가는 ‘사랑하는 동물이 늙어가고, 노화에 따른 질환에 시달리고, 죽음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렇다. 이것은 반려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관심 높아진 반려동물의 장례문화

최근 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 ‘(사)사색의 향기’의 임종환(66)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반려동물장례식장 기공식에 초대합니다.”

필자는 임종환 회장의 안내를 받아 올림픽도로를 달렸다. 지난 24일 오후였다. 건설회사 출신인 필자가 국내외 건설현장 기공식이나 준공식을 수 없이 다녔지만, 반려동물장례식장의 기공식 참석은 난생 처음이었다.

목적지는 김포시 대곶면. 봄은 어느새 우리의 목전에 다다라 있었다.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반려동물장례식장 건설 부지(敷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기공식을 축하하는 화환들도 봄의 분위기에 합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화환을 비롯해서 유명 인사와 기업대표들이 보낸 화환들이 즐비했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김포 원데이즈 반려동물장례식장 기공식’.

예정된 시간이 되자 코메디언 엄영수 씨가 마이크를 들고서 개회선언을 했다.

“지금부터 김포 원데이즈 반려동물장례식장 기공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이어서 내빈 소개가 있었고, 발주자인 ㈜원데이즈의 이재덕 회장이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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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사말을 하는 원데이즈의 이재덕 회장)

“우리 아름다운 김포에 반려동물장례식장과 수목장 시설을 세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반려동물장례식장이 세워질 수 있도록 도움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완공된 후에도 늘 가까이에 있는 이웃 공원처럼 혹은 우리 동네의 익숙한 모임 터처럼 많이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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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민종합건설의 김문영 대표)

시공회사인 ㈜국민종합건설의 김문영 대표도 “통상의 장례식장을 넘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도록 하는 공간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공사기간 중 소음이나 공해 등의 문제와 주민의 불편 해소는 물론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녹색디자인 조직의 이영철부주석은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기공식에 이르기까지 4년여가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특히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을 넘어 보조자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장례식장도 사람과 똑같은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이제는 이러한 시설이 음지산업이나 혐오(嫌惡)시설이 아니라, 양지산업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기공식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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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축사를 하는 세계녹색디자인조직의 이영철 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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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공식에서 첫삽을 뜨는 주요 인사들의 모습)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하나하나가 맞는 말이어 서다. 이 사업은 앞으로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전망이 밝아 보인다. 동물보호법도 강화되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하공연과 함께 다과를 즐기는 참석자들의 웃음소리가 바로 봄의 향연이었다.

앞으로 1년 후면 ‘4천여 평의 부지에 반려동물장례식장은 물론 수목장이 건설되고 공원도 조성된다’고 한다. 분명 이 지역의 명소가 될 듯싶다. 이곳에 잠든 반려동물들은 분명히 꿈속에서 주인을 만나고, 무지개다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의 장례도 사람과 같이해야.’

행사장에서 돌아오면서 다시금 ‘제시카 피어스의 저서 <마지막 산책>을 펼쳤다.

<동결건조나 렌더링(rendering), 뒷마당에 구덩이를 파는 것이 좋은 선택지 같지 않다면 어떻게 할까? 화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화장은 반려동물장례 산업이 전문화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 화장터 숫자는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급속도로 늘어난다. 이제 마당이나 묘지에 매장하는 것보다 화장이 일반적인 느낌이다.>

저자는 “동물의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질’도 등한 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창문을 열자 봄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상큼했다. 13년 째 같이 살고 있는 필자의 강아지도 봄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개들이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당신과 같은 방향을 응시할 때/ 개들은 미래를 아는 것 같다.”는 더글러스 고치(Douglas Goetsch)의 詩처럼, 강아지도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미래를 알아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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